[죽고 싶은 사람은 없다] 순순히 어둠을 받아들이지 마오

죽고 싶은 사람은 없다
국내도서
저자 : 임세원
출판 : 알키 2016.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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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정신과 의사이자 우울증을 앓았던 환자이기도 하다. 이 책은 허리 통증과 시작된 우울증을 앓았던 그의 투병기이자, 우울증으로 몸과 마음이 지친 사람들에게 주는 처방전이다.

잘 나가던 정신과 의사였던 그는 어느 날 참을 수 없는 허리 통증을 느끼기 시작한다. 하지만 해외 연수를 앞두고 있던 상황이라  수술을 받을 순 없었고, 통증은 심해지기 시작했다. 결국, 하루 종일 서 있거나 누워 있을 수밖에 없었고, 그런 절망적인 상황들이 우울증으로 번지기 시작했다.

 나는 의사로서 우울증은 무슨 병이고, 그것을 어떻게 치료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환자들이 그것을 실제로 어떻게 경험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잘 모르고 있었던 것이다.

우울증으로 인해 삶의 시간이 느려지고 기분이 다운되는 증상이 지속되면서 그는 환자들이 했던 말들의 의미를 뼛속 깊이 깨달을 수 있었다. 정신과 의사로서 우울증의 증상들이 어떠한 것이며, 왜 일어나는지에 대해서는 이해하고 있었지만, 그로 인해 환자들이 어떤 감정을 느끼는지는 몰랐었기 때문이다.

죽고 싶은 사람은 없다

우울증이 심해지고, 거울에 비친 비참한 모습을 본 그는 자살을 결심한다. 구체적인 계획까지 세워놓았지만, 자동차 열쇠를 찾지 못해 실패로 돌아간다.

자살은 '자살 생각' 자살 계획, '자살 시도'의 3단계를 거쳐 일어나게 된다. 일반적으로 '자살생각' 의 시기가 가장 길고, 이 단계를 경험하는 사람들의 수도 많다.

살면서 한 번쯤 죽음을 생각하게 되는 비울은 전체 인구의 20% 정도라 한다. 하지만 구체적인 계획으로까지 이어지는 경우는 이보다 훨씬 적다. 나도 한 때 죽고 싶다는 생각을 끊임없이 한 적이 있었다. 회사에 출근하면서 오늘이 삶의 마지막이길 바랬고, 어떻게 해야 고통 없이 죽을 수 있을지 생각했다. 하지만 그걸 실행에 옮기는 데는 정말 오랜 시간이 걸렸다. 자살을 결심하는 동안의 마음은 무기력하지만, 그걸 행하는 순간만큼은 극도의 긴장감이 유지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자살 계획이 조금만 틀어지는 경우 죽고 싶다는 생각은 사그라들고 다시 우울한 감정이 올라온다.

살면서 위기를 겪게 되면 누구나 한 번쯤 자살 생각을 할 수 있지만, 이는 죽음 자체에 대한 갈구가 아니라 삶의 괴로움을 더는 견디기 힘들다고 느끼는 상황에서 필연적으로 경험하게 되는 우울감이 만들어 낸 것일 가능성이 크다. 죽음을 원하는 게 아니라 현 상황을 벗어나고 싶은 마음인 것이다. 죽고 싶은 사람은 없다.

 

고통은 피할 수 없지만 괴로움은 선택

고통을 받아들인다는 건 고통을 즐기게 되는게 아니라, 단지 고통이 우리 삶에 주는 영향을 줄이게 된다는 걸 알게 되면 고통 자체가 주는 자극에서 조금 자유로워질 수 있다. 고통은 끊임없이 자신을 보아 달라고 요구한다. 하지만 그것을 보면 볼수록 우리는 더 괴로워진다. 간질거리는 부위를 긁으면 더욱 간지러워져 계속 긁다가 피가 나는 것처럼, 고통에만 집중하면 돌아오는 건 괴로움뿐이다.

그는 미국에 있으면서 별의별 치료를 받게 된다. 하지만, 효과는 결국 없었고, 지푸라기라고 잡는 심정으로 MBSR을 배워 보기로 한다.

*MBSR: Mindfulness-Based Stress Reduction의 약자로서 마음 챙김 프로그램이라고도 한다. 불교의 명상법을 종교와 무관한 의학적 치료 명상법으로 개발한 것이 특징이다. (출처: [위키피디아])

그곳에서 그는 여러 사람들을 만나고, 그들이 베푸는 친절에 깊은 인상을 받게 된다. 낯선 사람에게 예상치 못한 그는 왜 이렇게 친절하게 대하자 묻자 봉사자 중 한 명인 그녀는 답한다.

"다른 사람을 친절하게 대하는 것이 내게도 행복이 되니까요."

연수가 끝나고 명상을 통해 통증을 감소시키려 했지만, 통증은 그대로였고, 그는 좌절했다. 하지만, 연수기간 겪었던 일들은 그에게 깊은 울림을 주었다.

희망의 근거를 찾아서

흔히 우울증을 극복하기 위해, 긍정적인 생각을 가지려 노력한다. 하지만 무조건 긍정적인 생각을 가지는 건 도움이 되지 못한다.

스톡데일 신드롬이라는 게 있다. 미국 조종사로 복무하던 제임스 스톡데일은 임무 수행 중 포로로 잡혀 7년 6개월 동안의 포로 생활을 하게 된다. 그곳에서 그는 낙관주의의 성향인 포로들이 어떻게 됐는지 볼 수 있었다. 그들은 크리스마스까지 석방될 수 있을 거라 기대했다. 그러다 크리스마스가 지나가면 부활절 때는 꼭 석방될 수 있을거라 기대했다. 부활절이 지나가면 추수감사절, 다시 크리스마스... 처음에 낙관적이던 그들은 그 모든 낙관적인 이야기가 들어맞지 않는다는 걸 알았을 때 절망 속에서 죽어갔다. 이 이야기는 낙관주의의 역설을 보여주는 예시로 스톡데일 패러독스라는 용어로 불리게 됐다.

확실한 근거가 있어야만 희망은 비로소 굽혔던 무릎을 다시 일으킬 수 있는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근거 없는 희망은 조금만 위기가 닥쳐도 모래성처럼 무너지기 쉽기에, 아프고 힘들더라고 내가 처한 현실을 직시한 후 그 현실에 기반하여 가능성을 조금씩 만들어야 한다. 그런 가능성들이 하나 둘 모여 신념이 되고, 오늘을 살아갈 힘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저자인 故임세원 교수님은 작년 12월 31일 세상을 떠나셨다.

https://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3&oid=025&aid=0002875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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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몸을 피할 공간이 있어 숨을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진료실 밖으로 나와 간호사와 환자들에게 피하라고 소리치고 자신이 진료하던 환자의 칼에 숨을 거두셨다. 임 선생님의 장례식장에는 그분의 환자들의 조의가 끊이질 않았다고 한다. 나는 이 책이 이 분의 책인 걸 나중에 다른 사람들의 댓글을 보고 알았다. 그걸 알고 나니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정말 참 의사셨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 '죽고 싶은 사람은 없기'에 마지막까지 살신성인의 모습을 보여준 故임세원 교수님에게 삼가 조의를 표합니다.

죽고 싶은 사람은 없다
국내도서
저자 : 임세원
출판 : 알키 2016.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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