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 2] 그녀는 행복해졌을까?

 

그녀의 삶은 조금 나아졌을까?

 

작년 겨울쯤이었나? 죽고 싶은데 떡볶이는 먹고 싶다는 희한한 제목을 단 책을 서점에서 처음 봤을 때, 그냥 그런 에세이인 줄 알았다. 그리고 몇 달 뒤 그 책은 베스트셀러가 되었고, 관심이 생긴 나는 책을 사서 읽어보았다. 재미있었다. 글의 많은 부분이 상담 선생님과의 대화라 읽기 편했고, 괄호를 활용해 저자의 속마음을 표현하는 것에서 글의 생동감이 느껴졌다. 무엇보다 주제가 '우울증'이라는 점이 맘에 들었다. 나도 한없이 우울한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몰입하면서 읽는데, 갑자기 내용이 끝나서 당황스러웠다. 무언가 결론이 나지 않은 느낌이었다. 다음 권을 찾아봤지만, 아직 나오지 않아서 기다릴 수 밖에 없었기에 2권이 나오기만을 오매불망 기다렸다. 그러다 4월 말, 2권이 나왔고 인터넷으로 냉큼 구매했다.

 

1권과 진행 방식은 동일했다. 저자가 겪었던 사건이 나오고 이에 대해 상담 선생님과 대화를 한다. 그리고 나오는 저자의 생각.

사건 -> 상담 선생님과 상담 -> 상담 후 작가의 생각

2권은 상담13주~28주까지의 내용을 다루고 있다. 그 이후로 3권이 나올지는 모르겠다.

 

첫 장부터 바로 상담 내용이 나온다. 저자는 상담을 받으면서 미움받는 것이 두려운, 관계에 대한 두려움을 느끼고 있었다.  직장과 인간관계에서 느끼는 스트레스가 읽고 있는 나에게까지 전해졌다.

 

어쩌면 진짜 망가지게 될까 봐, 누군가한테 압박을 받기 전에 선수 쳐서 스스로 압박을 주는 걸 수도 있지 않을까요. 부담감을 스스로 처리하는 방식으로요. -40p [사랑받고 싶은 게 뭐가 나빠]

 

저자의 자존감은 바닥을 치고 있었다. 그리고 이 책을 읽고 있는 내 자존감도 그리 높진 않다. 그래서 공감이 갔다. 상처 받는 게 두려워, 누군가에게 공격당하기 전에 스스로 먼저 자신을 난도질하고, 상대방의 불편한 마음을 보면서 위안을 삼는 불쌍하고 가여운 사람이었으니까. 모든 건 다 내 탓이라며 자책하는 저자의 모습을 보며 따뜻한 우울감이 느껴졌다.

 
버려지긴 싫지만 벗어나고 싶은

 

저자는 직장에서 인정을 받는 것에 부담감을 느끼고 있었다. 그런 부담감과 압박감이 커져, 퇴사를 고민하게 된다. 상담 선생님은 섵부른 판단일 수 있다며 저자의 결정을 한번 보류하길 권장했다. 그리고 며칠 뒤, 저자는 자해를 하고 자살시도를 한다. 결국, 상담 선생님은 입원을 추천한다.

 

나도 예전 직장에서 우울증으로 고생하고 직장을 그만 두었다. 일은 손에 잡히지 않고, 항상 피곤한 상태로 모니터만 바라봤다. 사무실 전화벨이 울리는 게 두려웠고(받으면, 거래처 사람들의 거친 언행이 나를 힘들게 했었다.) 업무를 시작하는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래서 퇴근 시간은 항상 오후 10시 이후였고, 속병이 생긴 채 충동적으로 직장을 그만두었다. 당시 부모님은 요즘 취업난인데 한 번만 참고 좀 다녀보라고 하셨지만, 더 다니기엔 내 몸과 마음은 무거운 솜뭉치처럼 축축하고 무거웠다.

 

저자의 우울증은 심해져서 책을 오래보기 힘들 정도로 악화됐다. 책을 읽어도 글자가 휘발되는 느낌이고, 강아지들을 산책시킬 때의 작은 즐거움도 순간적이었다. 그렇게 저자의 우울증은 한층 깊어졌다.

 

상담이 끝나고 저자의 생각이 담긴 부분의 종이는 어두운 회색이다. 그래서 그런지 저자의 글에서 느껴지는 우울함이 좀더 잘 느껴졌다.

 

인간의 고통은 기체의 이동과 비슷하다. 일정한 양의 기체를 빈방에 들여보내면 그 방이 아무리 크더라고 방 전체를 고르게 채운다. -p160 [고통의 크기는 완전히 상대적인 것]

 

▲위 구절은 빅터 프랭클의 [죽음의 수용소에서]에서 나온 말이다. 저자는 이 구절을 언급하면서, 자신의 고통을 타인과 고통과 비교하지 말자고 다짐한다. 사회와 타인의 잣대로 자신의 아픔을 평가하고 억압하겠다는 건 굉장히 위험한 발상이기 때문이다. 나도 내 가 가지고 있는 것을 타인과 비교하곤 했다. 지금 내 고통은 사회적인 기준으로 보았을 때, 위로받을 만한 수준인지, 내가 이룬 성취는 남에게 자랑할 만한 것인지. 남과 비교하면서 약간의 우월감을 느끼고, 그것에 중독되었을 때, 나 자신의 자존감은 점점 낮아졌던 것 같다.

 

 

그런데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왜 나는 지나치고 극적인 과거가 없는데도 우울증에 걸렸을까? 왜 우울할까? 매번 하는 소리라서 지겨우실 수도 있겠지만, 엄청난 사건이 없으면서도 왜 트라우마나 우울증이 사라지지 않고 오래갈까 하는 생각이요. -p237 [나의 빛나는 부분을 바라볼 수 있도록] 

 

우울증에 걸렸을 때 그런 생각을 한 적이 있었다. '나는 뭐 크게 힘들었던 적도 없었고, 부모님을 잃거나 한 적도 없었는데, 왜 우울하고 멘탈이 약할까?' 그래서 고난, 역경 이런 것에 집착한 적이 있었다. 그리고 지금 부지런히 살아가고 있는 것도 이런 것들에 영향이 조금 있는 것 같다. 엄청나고 남이 봤을 때도, '아 이 정도면 힘든 것 인정'이라고 할만한 힘든 일들이 있어야 나의 우울증이 남에게 인정받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나에게 그런 일들은 없었고, 우울증은 낮지만 묵직하게 나를 압박했었다.

저자는 다이어트 캠프에 가서 살을 빼고 문신을 하고, 공부를 하면서 우울증을 극복하려 노력한다. 몸이 바뀌면 정신도 바뀐다는 마음으로 술도 줄이고 식단 조절도 한다. 그리고 내가 나인게 더는 싫지 않아 졌다는 말과 함께 끝난다. 

 

나는 이제 내가 싫지 않다

 

 

이 책에서 저자가 성장한 가장 큰 증거는 '나는 이제 내가 싫지 않다' 라는 말을 적은 것이다. 자신을 온전히 바라볼 수 있을 때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기 때문이다. 2년 전 1월, 나도 상담을 통해 우울증을 치료했고, 지금은 우울함을 나름 잘 관리한다고 생각하며 지내고 있다. 우울증은 극복하는 것보다는 평생 관리하는 거라 생각하기 때문에, 우울감이 심해져도 불안하거나 무섭지 않다. 가만히 나의 내면을 바라보며 우울함이 지나가기를 기다리면, 어느새 우울감은 내 곁을 지나가기 때문이다.

3권이 나올지는 모르겠지만, 나오면 읽어볼 생각이다. 독립출판물(베스트셀러가 됬으니 그건 아닌가)은 처음 읽어보는데, 몇 권 더 찾아보고 읽어보려 한다.

 

 

저자가 언급한 책들

 

록산 게이 - 헝거

빅터 프랭클 - 죽음의 수용소에서

이희주 - 환상통

 

 

 

댓글(6)

Designed by JB FAC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