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 유엔 식량특별조사관이 아들에게 들려주는 기아의 진실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 (개정증보판)
국내도서
저자 : 장 지글러(Jean Ziegler) / 유영미역
출판 : 갈라파고스 2017.0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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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중에서

이 책은 전체적으로 지글러가 어린이 무덤에 바치는 참회록이라고 할 수 있다. 미국이 생산할 수 있는 곡물 잠재량만으로도 전 세계 사람들이 먹고 살 수 있고, 프랑스의 곡물 생산으로 유럽 전체가 먹고 살 수 있는 건 세계적 식량 과잉의 시대에 수많은 어린이 무덤이 생겨난다는 사실을 우리는 과연 제정신으로 이해할 수 있을까? 그 현장에서 많은 사람들과 지도자를 만나고, 그것을 참회록의 느낌으로 써 내려간 책은 현재 세상이 어떻게 움직이고 어른들이 무엇을 해야 하는가에 대한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p16 기아에 대한 어느 국제 전문가의 비망록

 

자연도태라. 이 말은 얼토당토않은 말이야 그런데도 이런 표현은 사람들의 대화 속에 자연스럽게 등장하지. 아빠는 여러 대학과 제네바에서 열리는 각종 국제회의, 그리고 유엔의 책임자들과의 사적인 대화에서 이 말을 무수히 들어보았단다. 숙명적인 기아가 지구의 과잉 인구를 조절하는 확실한 수단으로 인식되고 있는 것이지 그러니까 기아가 산아 제한의 수단으로 여겨지고 있는 거야. 강한 자는 살아남고 약한 자는 죽는다는 자연도태설. 이 개념에는 무의식적인 인정차별주의가 담겨 있어.

-p41 기아는 자연도태? 아니면 어쩔 수 없는 운명?

 

이런 광경은 아빠도 텔레비전에서 여러 차례 본 적이 있어 그때마다 "기아는 부드러운 죽음이다. 점차 쇠약해지다가 마지막에는 의식이 없는 상태에서 고통 없이 죽는 것이다. 라는 식으로 아빠 자신을 세뇌시키고 있었어 그런데 그게 아니었단다! 누더기 속에서 일그러진 작은 얼굴들은 그들이 가공할 고통을 겪고 있음을 말해주고 있었어. 작은 몸들이 흐느끼며 오그라들고 있었지 엄마나 누이들이 때로 숨진 아이의 얼굴에 가만히 수건을 덮었어.

-p52 생명을 선별하다

 

긴급구호는 쉬운 일이 아니고, 아주 잘 훈련된 인력이 있어야 한다는 거야. 영양불량이 심각한 아이들은 면밀한 계획에 따라 신중하게 치료해야 해. 굶주린 사람들에게 무턱대고 먹을 것을 주면 오히려 위험하단다. 자칫 생명을 앗아버리는 일이 될 수도 있지. 굶주림에 시달린 몸은 몹시 쇠약해져 있어서, 구호센터에 모습을 드러낼 즈음에는 신진대사가 극도록 악화되어 있는 경우가 많단다.

-p58 긴급구호로 문제해결?

 

아빠는 구호단체의 방침에 동의해. 구호단체는 극단적인 조건에서 활동하고, 갖가지 모순들과 싸워야 해. 그러나 어떤 대가도 한 아이 생명에 비할 수는 없단다. 단 한 명의 아이라도 더 살릴 수 있다면 그 모든 손해를 보상받게 되는 것이지.

-p93 설상가상의 전쟁

 

강력한 무기를 지닌 이런 약탈자들이 들이닥치기 전만 해도 아프리카의 농민이나 목축민들은 현지의 권력자에게 상납하고 자신들이 소비하기에 충분한 식량을 생산했어. 하지만 유럽인들이 도착하면서 모든 것이 뒤죽박죽되고 말았지. 유럽에서는 공업이 발달하여, 대량의 농산물을 사들일 구매자들이 있었어.

그래서 식민지의 권력자들은 아프리카 농민들에게 유럽의 기업이 필요로 하는, 즉 유럽시장에서 소비될 수 있는 작물을 경작하도록 했어. 그리하여 식민지 차드에서는 종주국 프랑스의 직물공장에서 쓸 면화를 재배해야 했지. 그리고 가나의 삼림지대인 아샨티에서는 영국의 초콜릿 공장을 위해 카카오 농사를 지어야 했고, 탄자니아는 사이잘삼을, 부룬디와 르완다에서는 차 농사를 지어야 했어.

또 카리브해의 자메이카와 마르티니크, 브라질에서는 영국이나 프랑스, 포르투갈을 위해 사탕수수를 집중적으로 재배해야 했단다. 이런 집중재배 시스템을 만든 것이 식민지 정책이지.

-p132 치유되지 않는 식민지 정책의 상흔


유니세프 광고에서 기아로 뼈가 앙상한 아이들의 사진이 종종 나온다. 다큐나 뉴스에서도 아프리카나 아시아의 기아 문제를 다룰 때 영양실조에 걸린 아이들의 모습이 나온다. 기운이 없고 힘이 다 빠진 아이들의 모습은 불쌍하고 안타까웠지만, 왜 그런 문제가 있는지에 대해선 자세히 나오지 않았다.

 

이 책을 통해서 기아문제에 대해 대략적으로나마 이해할 수 있었다. 이 책이 쓰인 게 2000년대인데, 17년이 지난 지금도 기아문제는 그대로 남아 있다. 자본주의의 풍요로움 속에 기아에 허덕이는 사람들은 어디에도 있지 않는다.

 

자연도태. 다시 생각해 보니 무서운 말이다. 논리적이고 자연의 이치인 것처럼 들리지만, 신자유주의의 경쟁에서 도태된 사람들의 입장에선 과연 그게 자연의 섭리처럼 느껴질까? 역사는 항상 승리자에 의해 써진다는 말이 떠올랐다.

 

 

왜 세계의 절반은 ...왜 세계의 절반은 ...왜 세계의 절반은 ...

 

 

 

 

 

댓글(2)

  • 고로
    2019.10.10 08:32

    아프리카 식민지 국가들이 굶는게 제국주의 유럽 때문이면 한국이 안굶는건 일본제국주의 덕분인가요?

    • 2019.10.11 00:03 신고

      제국주의 유럽은 원인 중 하나에 불과합니다. 기후, 테러, 국가의 경제상황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기아 문제가 발생하고 있죠.
      우리나라가 안 굶는건... 노력+운이라고 생각합니다. 국민들이 가난에서 벗어나기 위해 피나는 노력을 했죠. 거기에 70년대 중동 건설 붐과 오일쇼크 등 우리나라에 호재로 작용하는 요인들도 같이 작용해서 가난에서 벗어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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